1990년대, 한국 사회 재즈에 물들다
1990년대가 무르익어 가면서 우리 사회는 급속도로 재즈화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재즈는 일부의 인기 기호품
이 아니었다. 재즈는 모두의 환경
이었다. 싫건 좋건.
그 양상은 눈부셨다. 이전에는 쉽게 보기 힘들었던 라이브 재즈 전문 클럽, 그리고 재즈 카페 등이 이제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에서라면 빠뜨릴 수 없는 풍물로 자리 잡았다. 1995년 가을을 휩쓴 복고풍 패션의 테마 역시 재즈
였다. 본문에 나올 광고 속의 재즈
는 그러한 새 풍물의 작은 실례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재즈
를 입고 재즈
를 바르고, 재즈
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시청한다.
때맞추기라도 한 듯 재즈를 주제로 잡은 관련 서적도 단행본으로 여럿 나왔다. 이보다 더 인상적인 변화가 또 있다. 1990년대 중반이 되자 우후죽순 격으로 쏟아져 나온 신세대를 겨냥한 문화-풍물 잡지들의 최고 인기 메뉴 역시 재즈였다.
우리의 현대 문화사에서 단일 종목으로서, 최근의 재즈만큼 저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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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한 곡만으로도 영원히 빛날 칙 코리어. 그는 54세이던 1994년 11월 그의 4중주단을 이끌고 내한했다. 거기서 그는스페인
의 기억을 깡그리 무시, 끊이지 않고 변해 가는 자신의 재즈가 현재 도달해 있는 모습을 한국 팬들 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였다.
빠른 시일 안에 그 영향력을 범사회적으로 행사한 예가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