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속의 질서 찾기 — 80년대 재즈의 다양한 스펙트럼

1980년대 재즈는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며 장르와 형식을 넘나들었다. 월드 뮤직부터 힙합까지, '무엇이든 좋다!'를 외치며 경계를 허문 이 시대 재즈의 다채로운 스펙트럼과, 온갖 소리에 융단폭격당하는 현대 뮤지션들의 고민을 들여다본다.

In a nutshell

    혼돈 속의 질서 찾기 — 80년대 재즈의 다양한 스펙트럼

혼돈 속의 질서 찾기 — 80년대 재즈의 다양한 스펙트럼

1980년대에 접어들자, 진정한 자유 real freedom에 점차 많은 재즈 뮤지션들이 공감하게 된다. 이때 자유란 물론 예술적 자유를 뜻한다. 여러 음악 재료들 중 어느 것을 뽑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라는 문제에서의 자유가 그것이다.

그 선택 대상의 범위는 실로 광범위하다. 한 가지 빠르기만을 탈피한 자유 박자(free meter)와 규칙적인 전통 박자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자유롭게 열린 형식과 32마디라는 정통 재즈 형식 사이 어디쯤에, 또는 장조도 단조도 아닌 자유 조성과 전래의 장단조 사이 어디쯤에 존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면 월드 뮤직, 비밥, 극소주의 음악(minimal music), 록, 뉴올리언스 재즈, 트래시 록, 탱고, 힙합(hip-hop), 그리고 프리 뮤직, 이 사이 어딘가에도 존재한다.

그러므로, 1980년대 이후 재즈의 메시지는 이 한마디로 압축된다.

무엇이든 좋다!

그렇다면 그 세계관은 포스트모던 재즈와 그 다채로운 파생물들은 겉만 번지르르하다고 비난받을 때도 있다. 즉, 시류의 편의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뮤지션들은 어떤 입장일까를 한번 생각해 보자.

현대는 온갖 통신망이 기만적 정보를 마구 남발하면서 여러 국가와 문화 사이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는 시대이다. 음악가들은 당연히 온갖 종류의 소리, 멜로디, 자극 따위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여기에다 온갖 잡다한 음악까지 가세하여, 그들을 융단 폭격해 대고 있는 것이다.

드러머 데이비드 모스는 말했다. 아무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것들은 좋건 싫건 간에 이미 엄연히 그렇게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그로부터 벗어날 길이 없는 것이다. 그 소리를 듣지 않고 지내는 때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