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맨들의 또 다른 이름 — 팻츠, 쇼티, 그리고 홀쭉이 슬림 이야기

재즈 뮤지션들의 별명은 단순한 애칭을 넘어선다. 뚱뚱해서 '팻츠', 키가 작아 '쇼티'라 불린 이들부터, 역설적인 '타이니'와 '피 위', 그리고 '듀크'와 '카운트' 같은 귀족 작위까지, 그 이름 뒤에는 흥미로운 탄생 비화가 숨어 있다. 신체적 특징, 출신 지역, 유머러스한 표현, 심지어 동물 이름에서 유래한 별명까지, 재즈맨들의 별명은 그들의 개성과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루이 암스트롱의 '손가방 입', 베니 굿맨의 '째려보기', 레스터 영의 독특한 별명 붙이기 습관 등, 재즈의 전설들이 왜 그런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그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파헤쳐 본다.

In a nutshell

    재즈맨들의 또 다른 이름 — 팻츠, 쇼티, 그리고 홀쭉이 슬림 이야기

재즈맨들의 또 다른 이름 — 팻츠, 쇼티, 그리고 홀쭉이 슬림 이야기

재즈 뮤지션들의 별명 가운데 어떤 것은 우리 일반에게 특히 잘 알려져 있다. 그리하여 그 이름은 애칭으로서 널리 사랑받게 되지만, 그 이름이 어떤 연유로 붙게 되었는지를 추적해 내기란 그렇게 용이하지만은 않다.

어떤 별명은 어릴 적 동네 친구들이 붙여준 이래로 평생 동안 붙어 다니는 것도 있다. 이런 종류의 별명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외형적 특성에서 지어진 이름들이다. 예를 들자면, 패츠 월러 Fats Waller는 뚱뚱했고 fat, 쇼티 베이커 Shorty Baker는 짜리몽땅했으며 short, 처비 잭슨 Chubby Jackson은 말 그대로 포동포동했다 chubby.

그러나 정반대의 이미지를 갖다 붙인 경우도 있다. 타이니 칸 TinyKahn은 별명대로 하자면 덩치가 작아야 tiny겠으나 우람했으며, 피 위 러셀 Pee Wee Russell은 만화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그 귀여운 별명과는 정반대로 멋없이 키만 훌쩍 큰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역시 신체적 성격적 특징을 빗대어, 거기에 따라 지은 별명들이 많다. 예를 들자면, 홀쭉이 Slim(Bilee Gaillard)), 너털 영감 Brick(Jacob Fleagle)), 고집불통 Rusty(Lyle Dedrick), 홍인종 Red(Keith Michell), 흰둥이 Whitey(Gorden Michell)), 덜렁이 Dizzy(John Birks Gillespie), 안경잡이 Specs(Gorden Powell), 민머리 Cleanhead(Eddie Vinson), 구닥다리 Dodo(Michael Marmaroasa)) 같은 별명들은 그 주인들을 잘 묘사해 주는 것들이다.

또, 출신 지역 이름에서 따온 것들도 많다. 곧, 텍스 Tex(텍사스:Herschel Evans), 캔자스(Kansas Carl Fields)), 배머 Barna(앨라배마 Carl Warwick)), 필리 Philly(필라델피아 Joe Jones) 같은 것들이 그 좋은 예가 되겠다.

그리고 신체적 특징을 유머러스하게 빗댄 별명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부류에 드는 별명으로 유명한 것으로 손가방 입 Satchelmouth 또는 대문 입 Gatemouth이 우선 떠오른다. 이 두 별명의 주인공은 루이 암스트롱이다. 이런 종류로는 그 외에도, 주정 꾼 Nappy(HiltonLamare), 단지 머리 Jughead(Gene Ammons), 그림자 Shadow(Rossiere Wilson), 왕눈이 Big-Eye(Louis Nelson), 헐렁이 Bags(MiltJackson)) 같은 이름들도 있다.

별명이란 어떻게 들으면 이름의 주인을 놀려 먹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특히 예인(藝人) 집단에서는 자기네들끼리의 친근감을 흔히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여기서 흑인이 노랗다느니 붉다 red느니 하는 말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렇다. 흑인 문화권에서는 피부색이 좀 덜 검은 흑인을 가리켜 보통 붉다 red고 한다. 헨리 ‘레드’ 앨런 Henry ‘Red’ Allen, 조지 ‘레드’ 캘린더 George W Call-ender 등의 별명들이 다 그러하다. 레스터 영 Lester Young의 소싯적 이름이 레드 영 Red Young인 것도 바로 그 같은 이유에서였다.

마지막으로 동물 또는 곤충 이름. 이런 종류의 별명은 쉽사리 유추할 수 있듯, 해당 생물과 아티스트와의 외모 또는 행동상에서의 유사성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사자 Lion(William Smith), 토끼 Bunny(Roland Berigan), 개구리 Frog(Ben We-bster), 이 Cootie(蟲, Charles Williams), 조랑말 Pony(Nor-wood Poindexter), 잡종개 Mutt(Tom Carey), 생쥐 Mousie(Elmer Alexander), 고양이 Cat(William Anderson), 호랑이 Tiger(George Haynes), 노새 Mule(Majer Holley), 원숭이 Monk(William Montgomery), 토끼 Rabbit(Johnny Hodges)등이 있다.

그러나 앨 포코노 Al Porcino의 별명 포키 Porky(돼지 같은)는 그 별명의 주인과는 의미상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단지 발음이 비슷하여 붙여졌을 따름인 것이다. 이런 식의 별명도 가끔은 있다.

뒷골목 세계에서는 마약 __헤로인(heroin)__을 가리켜 __스맥(smack)__이라 하면 다 통했다. 그 말은 또,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이름 높았던 플레처 헨더슨(Fletcher Henderson)의 별명이기도 했다. 그러나 헨더슨은 사실, 마약과는 아무런 인연을 맺지 않았다.

그 별명은 그가 학창 시절 얻은 것이다. 그 무렵 그에게는 잠잘 때 입을 쩝쩝 다시는 smack 버릇이 있었다. __스맥__이란 별명은 그래서 붙게 된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룸메이트 이름이 __맥(Mack)__이었다. 곧 둘은 __맥과 스맥__으로 통하기 시작했다.

베니 굿맨은 동료 뮤지션들 사이에서 __째려보기(The Ray)__로 통하기도 했다. 누군가가 자기 기분을 상하게 했을 때, 굿맨은 그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뚫어져라 노려보는 버릇이 있었다. 그 눈빛을 가리키던 말이 그의 별명으로 굳어버린 것이다.

그의 별명은 이 밖에도 더 있다. BG, 팝스(Pops), 킹(The King), __자신만만(The Ego)__이나 할아버지(The Old Man) 등이 그것들이다.

또, 데이브 터프 같은 이는 그의 성을 비꼬아 __베니 배드맨(Benny Badman)__이라고도 했으며, 제시 스테이시는 __셜리 템플(Shirley Temple)__이라 부르기도 했다.

듀크 엘링턴의 본명은 에드워드 엘링턴(Edward Ellington)이었다. 그는 십대 시절, __듀크__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본인의 말을 들어본다.

듀크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바로 전, 그러니까 목소리가 여전히 성할 때였다. 당시 내겐 에드거 매컨트리 Edgar McEntree라는 옷 잘 입는 멋쟁이 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는 신분이 높고 마음도 착해, 어딜 가나 인기 있었다. 파티 같은 것은 그에게는 일상사였다. 내가 자기와 계속 사귀어 나가려면 무슨 그럴듯한 타이틀이 하나 있어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는 내게 공 Duke이라는 관작을 이름처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재즈의 거장에게 붙여진 귀족 작위 중에는 듀크 말고도 카운트 Count(백작)도 있다. 카운트 베이시 Basie가 바로 그이다.

그러나 그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분분하다. 다음은 그중 최초의 것인 존 해먼드의 이야기.

베이시에게 카운트라는 이름을 붙여준 사람은 캔자스시티의 한 아나운서였다. 어느 날, 그가 재즈의 실력자들을 한번 꼽아보았다.

얼 하인스 Earl Hines(백작 earl), 킹 올리버 King Oliver(임금 king), 듀크 엘링턴 등 당대의 일류들에게는 모두 다 그에 걸맞은 큼직한 작위가 얹혀 있더라 이거였다. 그런데 실력 면에서도, 또 영향력 면에서도 그 사람들과 손색없는 빌 베이시 Bill Basie만 거기에 빠져 있는 것이었다.

한편, 베이시 스스로가 자신의 예명을 지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것은 그가 캔자스시티로 처음 이사 왔을 때의 일이다. 본인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내 예명을 카운트로 짓기로 결심했다. 바로 앞 세대 재즈맨 중에는 왕족들이 몇 있었다. 킹 올리버는 너무도 유명하고, 재즈의 왕 King of Jazz이라 불린 폴 화이트먼도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나와 거의 동년배 재즈맨 가운데서도 그런 왕족이 계속 줄을 이어 나온 것이다.

때는 듀크 엘링턴의 시대였다. 할렘의 거리에서도, 라디오에서도 또 음반에서도, 여기서도 듀크 저기서도 듀크였다. 그와 함께 자주 오르내린 이름이 얼 하인스배런 리 Baron Lee(baron(남작)였다. 가히 왕족의 시대라 할 만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던 것이다. 내가 최대의 왕족이 되기로. 나는 근사한 예명을 짓고는 그것을 이렇게 명함으로 찍어냈다.

카운트 베이시 백작, 여기 납시다 COUNT BASIE, Beware the Count is Here)

색소폰 주자 레스터 영 Lester Young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별명 붙이는 것이 취미였다. 또 모두들 그 별명을 즐겨 따라했다.

먼저 카운트 베이시를 가리켜 신 같은 사람 The Holy Man이라 한 것이 그 예이다. 베이시는 밴드의 리더였다. 단원들에게 일자리와 수당 같은 삶의 기본 토대를 배분해 주는 보스이기도 했던 것이다. 영이 붙인 그 별명은 그냥 Holy라고 줄여졌다가, 후에는 두목 Boss으로 바뀌었다.

또, 특히 고운 목소리의 가수 해리 에디슨 Harry Edison에게는 사탕 Sweets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깔려 있었다. 우선 그 목소리가 너무 고왔다는 것과 한번 화나면 성질이 너무나 고약해진다는 것, 이 두 이유가 복합되어 붙여진 이름이었다. 이 밖에 얼 워렌 Earl Warren에게는 싱글이 Smiley, 허셸 에번스 Hershel Evans에게는 텍사스인 Tex이라는 별명을 각각 붙여주었다.

영은 이 별명들 앞에다 레이디 Lady라는 말을 접두어처럼 항상 붙여 불렀다. 예를 들면 「자, 레이디 텍스, 노래 한번 불러봐」하는 식이다. 또는, 경 Sir이라는 경칭을 붙일 때도 있었다. 카페 소사이어티에서 함께 일한 피아니스트 찰스 톰슨 Charles Thompson 을 찰스 경 Sir Charles이라 부른 것이 그 예이다.

보통은 아주 못돼먹은 사람한테 쓰는 욕 제미 씹할 놈 Mother-fucker이란 말은 그의 입에서 특히 떨어질 날이 없었다. 쌍욕이라도 그렇게 자주 시도 때도 없이 쓰이다 보니, 그것은 영의 아무런 악의 없는 말버릇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차차 알게 되었다. 따라서 아무런 거부감도 느끼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영이 정말 화가 나서 Motherfucker!]라고 소리치면, 그 경우는 달랐다. 클럽 버들랜드 Birdland에서 일할 때였다. 평소부터 버릇 고약한 땅딸보 지배인 피 위 마케터 Pee Wee Marquette 가 영을 정말 화나게 한 일이 있었다. 참다 참다 못한 영은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 그는 소리 질렀다.

내 앞에서 당장 꺼져, 이 경을 칠 놈아! Get out of my face, youhalf-a-motherfucker!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