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크 엘링턴과 루이 암스트롱 사단의 남부 유랑기
엘링턴 악단에 몸담은 유수한 뮤지션들은 한둘이 아니다. 그들은 그냥 재미로 별 의미 없는 별명을 서로 간에 잘 주고받았다. 그러나 그들 중 클라리넷 주자 바니 비가르 Bamey Bigard가크레올 Creole
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사연은 미국 사회 내에서의 극심한 인종 차별의 실상을 엿보게 해준다.크레올
이란 흑인 중 유럽계 미국인과 흑인 간의 혼혈아를 특별히 구분하여 지칭하는 말이다.
다음은 엘링턴 밴드의 단원이었던 소니 그리어 Sonny Greer가 그에 대해 남긴 회고이다.
남부 지역 순회공연 중의 일이었다.
공연 뒤 버스를 타고 우리의 침대차로 돌아오던 도중에 작고 더러운 식당 하나와 마주쳤다. 너무 배가 고팠던 우리는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우선 거기에라도 들어가서 대충 요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흑인인 우리가 그런 데라고 함부로 들어갔다가는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비가르와 엘먼 브로드 WellmanBraud가 먼저 들어가서 동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백인이라 해도 얼른 구분이 잘 안 될 만큼 횐 편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들어가더니 한참 별 기척이 없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문이
꽝!
하고 열렸다. 곧이어 바니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나는 크레올이에요! 크레올!」
달려가 보니, 그 식당 주인이 바로 그 뒤에 버티고 서 있었다. 그는 주먹을 흔들며 고함쳤다.「당신 나이가 몇 살인지 따위에는 관심 없어. 하여튼 간에 당신은 우리 식당 안에 한 발짝도 들어올 수 없다고!」
듀크 엘링턴이 가수 캡 캘러웨이 Cab Calloway와 한 팀이 되어 남부 지역 순회 연주회를 다닐 때의 일이다. 1급 호텔과 레스토랑에서는 그들을 거절했다. 흑인 주제에 개인용 기차간 private railroad car을 갖고 다닌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듀크 본인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가 오랜 세월 동안 해온 음악은 결국,
이 나라에서 흑인으로 태어나 산다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것으로 압축될 수 있다. 그 같은 문제의식이 유달리 강했던 우리들은, 손가락받을 짓을 한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다고 자부하고 있다.1934년에서 1936년까지, 우리는 남부 지역 고을 고을 순회 연주를 다녔다. 물론 연방 법원의 배려 같은 것은 없었다. 우리는 그러나, 당연한 우리의 권리라면 당당히 요구했다.
우리는 버스로 이동하기에는 너무 대식구였다. 그래서 열차의 침대차와 짐칸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가다가 적당한 역이 나오면, 거기서 차를 세워두고 먹고 자고 하는 생활이었다. 우리는 물도, 음식도, 전기도 그리고 물론 위생 시설까지 차에 모두 싣고 다녔다. 차를 정차해 두고 있으면, 마을 주민들이 몰려와서 묻곤 했다.「이거 웬 차요?」
그러면 우리의 대답은 이러했다.「아, 그야 대통령께서 한번 납시면 으레 이 정도지요 Well, that’s the way President travels]
루이 암스트롱의 아내 릴 Lil Armstrong이 밴드를 이끌고 남부 지역을 순회하던 1937년의 일이다. 스넙 모슬리 Snub Mosley의 회고다.
당시 악단의 멤버들은 쟁쟁했다. 그런데 사람은커녕 파리 한 마리도 얼씬대지 않는 최악의 상태였다. 녹스빌쯤 오니, 식사할 곳조차 마땅치 않았다. 당시, 우리들 중 돈이 많았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때 우리가 달리고 있던 고속도로 한편에 핫도그와 소다수 따위를 파는 장사꾼이 파리를 날리고 있다가 우리를 보고 반색했다. 우리는 거기서 이것저것을 사두었다.
조금 뒤, 어디선가 난데없이 지독한 욕설이 퍼부어졌다. 도로 옆집의 주인인 백인 남자가 자기 욕실 문을 열어젖히니, 우리 멤버인 매크레이 McRae가 그 집 좌변기에 앉아 용을 쓰고 있는 것 아닌가!(청중 웃음) 그때까지 내가 들은 것 중 그렇게 심한 욕은 처음이었다. 그 사람은 정말 무지무지 기분이 상했던 거다.
그 남자의 욕설이 계속 이어졌다.「아이고, 맙소사. 맙소사. 이 깜둥이 녀석이 내 변기에다 궁둥이를 떠억 붙이고 있다니! 아이고, 맙소사! 이를 도대체 어찌할꼬? Oh, my god! Oh, my god! Thisnigger’s got his ass on my stool! Ohhh, Lord have mercy! What am I gonna do?] 마치 누군가에게 머리를 몇 대 쥐어 박히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때 우리 단원이 그냥 머뭇거리기만 할 뿐 별 반응이 없자, 그 남자가 더욱 기세 등등하게 소리쳤다. 「야 이 검둥이 새끼, 일어나! Nigger, get up! ] 그는 잠시 안으로 들어가더니만 커다란 권총을 찾아갖고 왔다. 상황이 그렇게 되니 가뜩이나 큰 권총이 장총만 해 보였다. 실로 다급한 상황이었다.
우리는 정말 무슨 일이 벌어졌구나 싶어 모두 우르르 달려갔다. 가보니, 매크레이가 울 듯 소리쳤다.「이봐, 지금은 일어설 수 없어. 멈출 수 없단 말이야 Man, I can’t get up! I can’t stop! 」
그 남자가 말했다.「당장 일어나지 않으면, 정말 대갈통을 날려버릴 테다! If you don’t get up, I swear to God I’ll blow your head off! 」
「정말 지금은 안 돼요! I can’t stop now, man!」
보다 못한 내가 매크레이의 손을 잡아당겼다. 매크레이는 정말이지, 그 일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