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즈’와 ‘레이디 데이’ — 별명 속에 숨은 우정과 존경
이처럼 그는 입은 걸찍한 편이었지만, 본성은 참으로 따스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붙여준 별명들 가운데 최고의 걸작은 뭐니 뭐니 해도 빌리 홀리데이에게 붙여준 레이디 데이 Lady Day
이다.
곧 빌리도 그 호의에 멋지게 응수했다. 영을 대통령 President
이라고 부른 것이다. 그 별명이 어떻게 붙게 됐는지, 그녀의 회고담을 들어보자.
뉴욕이란 곳에서 젊은 남자가 독신으로 산다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영의 입담이 걸찍하게 쏟아졌다. 어머니와 나는 그 우스갯소리를 듣고 배꼽이 떨어져라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그가 어머니께 정중히 물었다.
「공작 부인, 안에 좀 들어가 봐도 되겠습니까? Duchess, can I move in with you? 」
장난기는 하나도 없이 진지한 어조로 그렇게 묻는데,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방을 하나 더 얻은 뒤, 그를 들게 했다. 어머니가 공작부인
이라는 극존칭으로 불린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어머니는 뒷날 죽을 때까지 그 별칭을 간직하고 살았다.
레스터도 나도 물론 죽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우리와 살면서 우리 모녀에게 붙여준 그 기분 좋은 별명만은 영원할 것이다.
그러나 레이디
라는 그 별명으로 도리어 나를 놀려먹으려 한 쇼걸들도 몇 명 있었다. 그것은 다분히 경제적인 동기에서 우러나온 심술이었다. 그 아이들의 속셈인즉슨, 내 덩치가 너무 큰 탓에 그 망할 놈의 손님 몇몇이 신이 나면 던져주는 돈의 액수가 팍 줄어들었다는 것이다.(당시, 일부 클럽에서는 객석에서 흥이 오르면 여성 연예인들에게 돈을 던져주는 것이 관례로 통했다. 그들이 치마를 번쩍 들어 올리면 관중들이 그쪽을 향해 돈을 던지고, 그러면 공연자가 그 돈을 입술로 집어 올린 것이다.) 그런데 그 별명은 꽤나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녔다. 그것이 어떤 연유로 만들어졌는지 따위의 문제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한 소문을 들은 레스터는 내 이름 홀리데이에서 데이 Day
만 떼내어, 그것을 레이디
와 묶었다. 레이디 데이
라는 별명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제는 내가 그 절친한 친구 레스터에게 이름을 하나 붙여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는 내게 정말 최고의 남성이었다. 당연히 별명도 그에 걸맞은 최상급이어야 했다.
그런데 이 나라 미국에서는 왕 king이니, 백작 count이니, 공작 duke이니 하는 귀족 작위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당시 이 나라 최고의 사람은 루스벨트였는데, 그가 바로 대통령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레스터를 대통령 The President
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 별명은 얼마 후에 프레즈 Prez
로 축약되었다. 그 뜻은 조금도 변함없다. 대통령
, 곧 이 나라 최고의 남자
라는 뜻이 그것이다.
색소폰 주자 줄리언 애덜리 Julian Adderley의 십대 때 별명은 우스꽝스럽게도 식인종 Cannibal
이었다. 무엇이든 뚝딱 먹어치우는 왕성한 식욕 때문이었다.
세월이 자꾸 흘러가자, 그 별명은 조금씩 변해 갔다. 결국 안착하게 된 것이 총알 Cannonball
이다. 그것은 사정없이 쏘아붙여 대는 듯한 그의 열정적 속주 덕택에 붙은 별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