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와인’에서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까지 — 문화 상품이 된 재즈
그 광고 역시 재즈를 동원한 광고로 분류되겠지만, 개념부터 다르다. 즉, 재즈가 단일 상품을 광고하는 데에서 기업 이미지를 하나로 통일시켜 홍보하는 효과적 매체로까지 동원된 것이다. 재즈가맨투맨
식의 상품 광고는 물론,기업 이미지 통합 coporated image(CI)
광고의 유용한 매개체라는 점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여기까지,이야기의 초점을 너무 광고 쪽에만 집중, 그것을 강조하고 부각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예리한 독자라면 한 번쯤 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것이 우물 안 개구리의 아전인수는 아닌지 확인해 보자. 1990년대의신세대
에게 재즈란재즈 카페
처럼 하나의멋스러운 소도구
, 혹은자기 과시적 문화 상품
에 불과한가?
그렇다면 시선을 잠시 음악 바깥으로 돌려보자. 대충 위와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우리는 소설가 장정일이 1994년 한 월간지에 연재한 작품에 주목하고자 한다. 특유의 재기로 큰 반향을 몰고 다니는 그는 그해 상반기부터 월간지 《여성동아〉에다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다.신세대 문학의 기수 장정일의 최초 연재소설
이라는 짤막한 소개를 앞세운 그 작품은 제목부터가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이다.
교리 문답식의 엄숙함, 그리고 신세대 특유의 도발적 문제 제기 방식이 묘하게 얽혀 있는 그 연재 소설은 6회째인 10월 호분에서 자신의재즈관
을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다. 10월 호분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웃음이 도는 재즈 소설,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읽어주세요
라는 아래의 서문이 바로 그것이다.
제가 《여성동아》에 연재하고 있는 소설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에는 불규칙 화음과 반복되는 장식음의 변주, 즉흥적인 돌발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재즈 음악과 같은 글쓰기가 실험되고 있습니다.이번 소설에서 제가 시도하고 있으며, 독자 여러분을 상당히 당황하게 하고 있는 재즈적인 글쓰기의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그는 성냥으로 담뱃불을 붙이고 라이터를 탁자에 놓았다
는 식의 문장이 그러한 것이지요.(중략)
모쪼록, 숨은 그림 찾기 놀이를 하듯이 즐겁게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를 읽어주십시오. 탕─ 탕─ 탕─ 울리는 재즈라도 틀어놓고서라도 말입니다.(고딕체 ── 인용자)
이 소설의 문학적 의의는 지금 이 글에서는 논외의 일이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문제는재즈라는 모티프가 작가에게 어떤 식으로 이해되며, 궁극적으로는 글쓰기 작업과 어떠한 관련을 맺는가
하는 점이다. 이 글은 신세대 대표 작가의 이를테면나의 재즈 독법(讀法)
을 글쓰기 작업과 관련하여 정식으로 밝힌 흔치 않은 자료이므로 주목되는 것이다.
그 점은 무엇보다, 필자가 고딕체로 표시한 부분에 가장 잘 요약되어 있다. 장 씨는재즈
라는 예술의 여러 특징 가운데, 그자유로움
에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재즈를 이해하는 데 있어, 그것이 훌륭한 기준인 것은 물론이다.
필자가 바라는 것은메타포, 또는 액세서리로서의 재즈
로서만 그치지 말고, 실제 생활 속에서 되도록 많이 접하여 재즈를음악으로서
체감하기를 바랄 따름이다. 그럴 때, 그 제목대로 우리는재즈를 믿게
될 것이다.(이 연재소설은 같은 해 11월, 미학사에서 같은 제목의 단행본 소설로 출판되었다.도착적인 성적 집착을 지닌 주인공의 정신 분열적 행태를 그린 소설
이라는 간략한 소개가 곁들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