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루이스와 자크 루시에 — 바흐를 향한 재즈적 경배
클래식과 재즈의 행복한 공존
이라는 주제의 초점을 바흐의 음악에 집중하고, 필생의 과제로 탐구한 사람이 그이다.
그의 작품은 계속 이어졌다. 1984년, 그는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제1권』을 자신의 해석대로 펴낸 『브리지 게임 1』을 발표했다. 이어 1984, 1985년에 걸쳐서는 앨범 『브리지 게임 2』를 발표하면서 그 안에 삽입한 해설지에다 자신의 음악적 입장을 선명히 밝혀두고 있다.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악적 입장에 대하여 본인이 직접 밝힌 흔치 않은 자료이며 그 논점도 선명하기에, 전문을 다 옮긴다.
나는 바로 앞에 발표한 앨범 『브리지 게임 1』이 이룩한 성과에 스스로 대단히 고무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만든 음반들 가운데, 그 작품이 최상의 것이라는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없다. 내가 아는 한 가장 훌륭한 피아노 음악을, 그 작품은 담고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당시, 그 작품이 발표되자 여기저기서 찬사가 쇄도했다. 대부분은 클래식을 전공하는 사람들로부터였다. 물론, 일반인들로부터도
정말 훌륭한 작품이었다
는 격려가 밀려 들어왔다.얼마 전, 나는 이탈리아 태생의 클래식 지휘자이면서 바순 주자이기도 한 메아나 Meana 씨와 그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 앨범에 든 작품 모두가 너무 좋았다
고 그는 말했다. 매스컴의 칭찬 역시 만만찮았다. 특히, 뉴욕의 《데일리 뉴스》를 위시한 여러 잡지들은 각각 모두 그 음반 리뷰를 싣고 호평을 거듭했다.유럽 쪽에서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작년 여름에 비엔나에 갈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곳의 일류 레코드 숍에서 『브리지 게임 1』이 맨 앞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나는 내심 적잖이 놀랐다. 그 앨범에 수록된 작품 모두는 자꾸 들어도, 나 스스로도 싫증 나지 않는다. 이제 이 두 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이 작품 역시 만족스럽다고 말할 수 있어, 우선 기쁘다.
이 다음, 앨범을 함께 제작한 멤버들의 소개가 이어진다. 그러고 나서 작품 해설로 들어간다.
첫 앨범과 비교했을 때, 거기에는 새로운 것들이 몇 가지 추가되어 있다. 무엇보다 첫 앨범에서는 솔로를 프렐류드에만 국한시켰는데 반해, 이 앨범에서는 푸가에까지 확대 적용시켰다는 점이다. 그것은 프렐류드와 푸가, 솔로에 대한 내 연구의 결론이다.
첫 앨범에서 비올라 솔로가 있었는데, 이 앨범 역시 비올라 솔로 푸가를 넣었다. 그 앨범에서의 비올라 주자는 젊은 아가씨였는데, 이번에는 나의 옛 친구 스콧 니크렌츠(Scott Nickrenz)와 함께 취입했다. 우리 둘은 25년 전 뉴욕의 한 연주회에서 만나 알게 된 뒤, 계속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 MJQ는 기존 레퍼토리들을, 나는 거기에다 내가 새로 쓴 현악 4중주곡을 넣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이들 작품은 타운 홀(Town Hall)에서도 출연 의뢰가 들어왔는데, 내가 스콧을 처음 만난 것은 거기서였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우리는 서로 깊은 신뢰를 주고받고 있다.
그는 바이올린 주자로서 일급일 뿐 아니라, 명품 중의 명품인 16세기 산 아마티(Amati)
비올라를 소장하고 있다. 또, 각종 실내악 페스티벌을 주관하고 있기도 하다.
(중략)
어떻게 하면 바흐가 성취한 저 위대한 통일성, 예를 들어 「푸가제9번」같은 작품을 조금도 손상하지 않고 또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
로부터 이 작업은 시작했다. 결과, 나는 만족할 만한 작품을 하나 얻을 수 있었다.
푸가 제8번
역시 대단히 흥미 있는 작업이었다. 특히, 그 푸가는 대단히 긴 작품이므로, 작품의 내적 긴장도가 더했다. 따라서, 그 곡에서는 내가 덧붙이는 선율이 행여 군더더기가 되지나 않을까 조심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고 나는 믿고 있다. 즉흥 선율을 세 군데에다 넣었는데, 거기가 적소였던 것 같다.작업을 해나가면서, 나는 대단히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깨닫게 되었다. 즉, 바흐가 주제 선율을 하나 잡아서 그것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 우리 시대 대중 가요에서의 이른바
필링 feeling
을 구축해 나가는 방식과 대단히 유사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귀 기울여 듣는다면, 여러분들도 깨달을 수 있으리라.
(중략)
최근, 나는 내 작품에 쏟아지는 찬사 덕분에 대단히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키스 자렛 Keith Jarett은 내 피아노 소리가 참으로 유려하다고 말했다. 또, 행크 존스 Hank Jones는 내게 이미 씌어진 것으로부터 영감을 얻어〈나의 것〉으로 다시 엮어내는 그 창작 방식이 특히 주목된다
고 했다. 이러한 말을 해준 사람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한다.
클래식의 재즈화
라는 그 화두는 이후 프랑스의 자크 루시에 Jacques Loussier, 네덜란드의 오이겐 치체로 Eugen Cicero 등 정규 음악 교육을 고도로 받은 유럽계 재즈 뮤지션을 중심으로 하여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먼저,플레이 바흐 The Play Bach
라는 트리오를 만들어 바흐의 음악을 재즈로 재해석해 내는 작업에 진지한 자세로 몰두하고 있는 루시에 본인의 말을 들어보자.
내 인생을 요약해 보라면, 요한 세바스찬 바흐가 남긴 작품들을 공부하고 나아가 그에 대해
경의
를 표하는 일이라고 말하겠다. 물론, 바흐 이외에도 훌륭한 작곡가는 많다. 그러나 충만함, 조형미, 독창성 이 모두에서 그를 필적할 작곡가는 없다고 나는 확신하는 바이다.바흐가 살던 시대에는 어떤 작곡가가 다른 작곡가의 작품에서 주제를 빌려와서 그것을 즉흥 연주하여 자신의 작품으로 재창조해 내는 일이 다반사였다. 내가 베이스, 드럼을 넣어 재즈 트리오 플레이 바흐를 만들어, 바흐의 작품을 재즈로 재해석해 낸 작업에는 그 같은 음악적 전통이 깔려 있는 것이다.
물론, 나의 출발점은 클래식 음악이었다. 그와 함께 또 하나가 더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존 루이스의 MJQ였다. 어느 작품을
해석
해 내는 방식은 단 한 가지뿐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내게 훌륭히 입증해 보였다. 실로 그는 내게 하나의 계시였다.나는 20세기를 사는 작곡가로서, 바흐의 음악을
내 것
으로 만들어내고자 한다. 내게서, 바흐의 작품은스윙
한다. 그의 탄생 3백 주년을 맞은 올해, 나는 새삼 그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1985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