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뮤직과 노 웨이브 — 90년대로 이어지는 재즈의 모험
우선 곡 제목에서보사
라는 말을 앞세우고 있는 곡들이 한 둘이 아니다. 먼저, 졸업, 황금 연못, 챔프 등 대중적 성공을 거둔 영화와 TV 드라마 주제곡을 다수 작곡해 일반에게도 낯이 익은 키보드 주자 데이브 그루진 Dave Grusin의 1987년도 발표 앨범 _밤낚시 Night Lines_에 수록된 _보사 바로크 Bossa Baroque_가 떠오른다. 보사 노바 리듬을 사뿐사뿐 밟는 그루진의 신시사이저가 참으로 상쾌하고 감미롭다.
또, 정상급의 신세대 재즈 뮤지션 5명으로 구성된 맨해튼 재즈 퀸텟이 발표한 1985년도 앨범 낙엽 Awmrn Leaves. 여기서 그들은 우리 시대보사 노바의 의미
를 탐색하고 있다. 그 곡의 리듬은 보사 노바가 아닌, 아주 경쾌한 밥이다. 그들은 그 곡을 통하여, 이제 외국서는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있는 보사 노바와 거기에 관계된 모든 것들을추억
해 내고자 하는 것이다. _보사 노바를 회상하며_가 바로 그 곡이다.
한편 1991년, 프랑스의 여가수 프랑수아즈 아르디 Françoise Hardy는보사
란 단어를 자국어인 프랑스어의 동사 어미 변화에 응용한,프랑스적 유머
가 가득한 재미있는 제목의 곡 _보스 보스 보사 BosseBosse Boss_를 발표했다. 그 앨범은 전체적으로 보아 재즈──프랑스어 발음으로는자즈
——와 샹송의 색채가 짙은데, 앨범 타이틀부터가 _페트로 사타나스의 자즈 Jazzy Petro Satanas_이다.
보사 노바는 대단히어쿠스틱
한 음악이다. 다시 말하자면, 보사 노바는 어쿠스틱 기타, 그중에서도 철선(통기타)이 아닌 나일론 줄 기타의 선율에 실려 나올 때 더욱 매혹적이다.
그 어쿠스틱 보사 노바 기타의 테마 선율로 더욱 인기를 끈 영화가 흑인 오르페이다. 브라질의 삼바 페스티벌 기간 중 벌어진 슬픈 사랑을 주제로 한 그 영화에 나온 음악 중 축제의 아침 Manhã de Carnaval과 오르페의 삼바 Samba de Orfeo는 보사 노바의 정격을 지킨 아름다운 작품으로, 대중적으로도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들을 지어낸 주인공이 기타리스트 루이즈 본파 Luiz Bonfa이다.
세계에는 물론, 쟁쟁한 보사 노바 기타리스트들이 더 있다. 가장 거물은 당연히 찰리 버드 Charlie Byrd이다. 여기서 당연하다라는 말을 쓴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스탠 게츠의 1962년도 명반 재즈 삼바에서 아름다운 기타 반주로 세계 음악계에 그 모습을 부각시킨 이후, 보사 노바 작품들을 줄기차게 발표해 오고 있는 것이다.
1975년도의 앨범 실크 햇 Top Hat과 이후 일련의 작품들을 비롯하여 1991년도의 보사 노바의 나날들 The Bossa Nova Years까지, 보사 노바 기타에 대한 그의 열정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특히 보사 노바의 나날들에는 카를로스 조빔과 루이즈 본파 등이 발표하여 크게 히트한 왕년의 보사 노바 명곡들 모두가 자신의 기타 연주로 정리되어 있어 더욱 이채를 띤다.
이처럼, 보사 노바는 오늘날에도 그 매력이 조금도 감해지지 않은 채 세계 도처에서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쉽사리 확인된다.
브라질의 민속 악기
보사 노바는 쿨 재즈의 청량한 선율과 브라질의 열정적 축제 음악 리듬이 결합하여 생겨난 재즈이다. 그렇다면 이제 끝으로, 그 토대가 된 브라질의 민속 악기들을 간단하게나마 훑어보지 않을 수 없다.
- 수르도 surdo: 어깨에 메고 다니는 커다란 베이스 드럼.
- 타롤 tarol: 바닥이 강철로 된 드럼.
- 탐보린 tamborin: 기본 박자를 쳐주는 가느다란 북채.
- 퀴카 cuica: 브라질 지역의 민속 악기들 중 가장 개성적이다. 절구 모양의 큰 통. 한 쪽을 가죽으로 막고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또, 몸통 안쪽 표면에는 막대기가 하나 꽂혀 있는데, 거기를 젖은 헝겊으로 문질러 마치 소가
음매
하는 것 같은 소리를 얻는다. - 아 고-고 a go-go: 금속으로 만든 원뿔 두 개를 옆으로 나란히 뉘여 붙여 놓은 타악기. 막대기로 쳐서 경쾌한 타격음을 내는 악기로서 삼바 축제의 흥을 더욱 돋워준다. 스탠 게츠팀이 1964년 불후의 실황 명반을 남긴 뉴욕의 그 카페 이름이 여기서 유래했다.
- 레코-레코 reco-reco: 표면에 나선형의 골을 쭉 파놓은 강철 막대기. 철사로 문지르면, 마치 귀뚜라미 우는 듯한 소리가 난다.
- 간자 ganza: 양철 깡통 안에 곡식이나 자갈을 채우고 봉한 악기. 흔들어 소리 내며, 삼바 리듬의 보조 악기로 쓰인다.
- 판데이로 pandeiro: 삼바에 쓰여온 탬버린.
- 카바키노 cavaquinho: 4현의 소형 바이올린. 리드 싱어의 노래를 바쳐 준다.
- 클라베스 claves: 맞부딪쳐 소리 내는 나무 막대기. 두 개가 한 조를 이룬다.
- 베림바우 berimbau: 한쪽 끝에다 호리병박을 붙여 울림통으로 한 활 모양의 나무통 악기. 현을 몇 개 매달아, 대나무 막대기로 쳐서 소리 낸다. 리듬 악기인 동시에 멜로디 악기이기도 하다. 삼바의 탄생지인 바이아 Bahia 지방에서 나왔다.
- 아피토 apito: 휘파람 소리를 내는 호루라기. 리듬 악기 주자들이 자기 악기를 두드리면서 입으로는 그에 맞춰 아피토를 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