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파커의 ‘조류학’: 유행가를 비밥으로 뒤집다
파커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조금만 더 하고 넘어가자. 파커의 음악은 그 내용에서뿐 아니라, 제목에서도 혁명적이었다. 일반의 의표를 찌르는 정신이 우선 그 제목에서부터 짙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이야기를 조금 더 전진시키자. 우선 바로 위에서 이야기한 조류학
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이외에도 칼 포터(Karl Porter)의 사랑이라 하는 이건 뭐야? What Is This Thing Called Love?
는 화끈한 집 Hot House
으로, 맥도널드(MacDonald)의 고향 인디애나로 다시 돌아와 주오 Back Home Again in Indiana
는 도나 리 Donna Lee
로, 또 나를 사랑하든지, 떠나든지 Love Me or Leave Me
는 셰릴 Cheryl
또는 버들랜드의 자장가 Lullabye of Birdland
로 제목을 바꾸어 완전 자기 스타일로 재탄생시켰다.

▲ 동양권에서 특히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다이앤 슈어.
그녀는 정상급 재즈 뮤지션으로서는 독특한 존재다. 백인인 데다 장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즈 싱어로서 자신의 진가를 여지없이 발휘한 작품이 1992년에 발표됐으니, 선인들께 바침 In Tribute
이 바로 그것이다.
재즈 보컬의 명곡 13곡을 뽑아 자신의 목소리로 훌륭히 소화시킨 그 앨범으로 그녀의 진가는 새삼 맹위를 떨쳤다.
그처럼 재즈에서 재해석이란 자신의 진가를 알리는 데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정돼 있는 것이다. 물론 기량과 개성이 고루 갖춰지지 못한 재해석이라면, 기껏해야 〈아류(亞流)〉 소리밖에 듣지 못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는 나아가 그 대상을 당대의 인기 유행가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가장 미국적인 클래식 음악가로 추앙받고 있는 거쉰의 작품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의 대표작 흥이 오르네 I Got Rhythm
에서 영감을 얻은 파커는 무스 더 무치 Moose the Mooche
라는 작품으로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