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의 음악을 찾아서 — 찰리 파커 명반 가이드
아름답게 짜인 발라드 곡 내 오래된 열정 My Old Flame, 자신의 삶을 묘사한 듯한 작품 명인의 솜씨 Dexterity, 비밥의 기운이 무르익던 1940년대로 우리를 이끌고 가는 새의 깃털 Bird Feathers 같은 곡을 특히 유념해야 한다. 천국의 버드 Bird of Paradise에는 앞 시대를 그리워하는 복고적 기호가 느껴진다. 비밥이 본격 태동하던 1940년대의 파커 캄보에서 발표된 작품들은 모두 다 빼어나며 재즈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난 것들이다.
그는 1949년에는 프랑스를, 그 이듬해에는 스칸디나비아를 방문했으나, 건강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었다. 위궤양과 간경변으로 육체는 날로 피폐해 갔다. 그는 회복하고자 하는 의욕마저 거의 잃어버렸다. 최악의 경우에는 한 달 동안이나 완전한 무기력과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는 일마저 종종 벌어졌다.
그가 마음 내켜 옛날처럼 열정적 연주를 들려줄 때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일감이 들어왔을 때가 고작이었다. 1952년 클레프 사가 주선한 빅 밴드 취입에서 솔로를 담당했을 때, 왕년의 파커가 부활하는 듯했다. 당시 그냥 친구 사이 Just Friends에서는 현악 반주가 시도되기도 했다.
이후 예닐곱 번, 파커는 현악을 반주로 하여 방송도 했다. 그러나 당시 파커 최고의 작품은 재즈 쿼텟과 퀸텟으로 만든 작품들이었다. 1953년 그와 길레스피, 파웰, 로치 그리고 찰스 밍거스 등 대가들로만 이뤄진 세션 그룹 올해 최고의 5중주단 Quintet of the Year이 발표한 작품이 그것이다.
그 앨범은 파커 최고의 명반으로 기록될 만하다. 그가 세상을 뜨기 전 마지막 안간힘으로 그 같은 걸작을 남겼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1940년대 후반의 재즈 발달사에서 파커를 빼놓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실로 무의미하다.
계보
파커 자신의 말에 따르면, 젊은 시절의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재즈맨은 알토 색소폰 주자 버스터 스미스였다. 그러나 십대 후반, 제이 맥샨과 함께 일할 때는 레스터 영의 체취가 느껴진다. 파커는 다른 악기 주자들은 물론이지만 특히 이후의 모든 색소폰 주자들에게 큰 족적을 남겼다.
그뿐 아니다. 그가 미친 영향은 나아가 당시 모든 댄스 밴드와 팝그룹에까지 속속 파고들었다. 우리 시대 재즈에 그의 입김이 살아 있지 않은 곳이란 없다.
관련 매체
파커의 음악을 쓴 영화로는 관계 Connection(1961), 마음의 숨결 Le Souffle Au Coeur](1971), 다음 주차장은 그리니치 빌리지 Next Stop, Greenwich Village(1975), 위기 일발 Pass Through](1977), 마법사 Sorcerer 등이 있다. 파커의 인생 역정을 느슨하나마 텍스트로 한 영화도 있는데 쓰지만 달콤한 사랑 Sweet Love, Bitter(1966)이 그것이다. 특히 1988년의 버드는 그 사실성과 예술적 완성도에서 볼 때, 가장 빼어난 작품이다.
다음은 전기물들이다. 맥스 해리슨의 『찰리 파커』(1960), 로버트 라이스너의 『버드---찰리 파커의 전설 Bird: The Legend of Charlie Parker』(1962), 로스 러셀이 쓴『버드는 살아 있다! Bird Lives』(1973).
들어보기
- 『버드와 디즈 Bird & Diz』 길레스피 /파커 CP512.
- 『방송 속의 찰리 파커 5집 Charlie Parker on Dial Vol. 5』 Spotlite 105.
- 『방송 속의 찰리 파커 4집 Charlie Parker on Dial Vol. 4』 Spotlite 104.
- 『현악과 함께 한 찰리 파커 Charlie Parker with Strings』 Verve 817 442 —1.
- 『사상 최고의 연주회 The Greatest Concert Ever』 길레스피 /파커/파웰/밍거스 /로치 Prestige 68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