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명반의 산실 — 애틀랜틱에서 ECM까지 레이블 이야기
재즈 전문 음반사
애틀랜틱 Atlantic
명 프로듀서 네수이 어티건 Nesuhi Ertegun이 총사령탑으로 있던 때가 황금기. 1956년, 찰스 밍거스가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
「직립원인 Pithecanthropus Erectus」
을 세상에 발표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의 용기 덕분이었다.뿐만 아니라 그는 1950년대 멈출 줄 모르는 실험 정신 때문에 후반 들어 대중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던 오네트 콜먼과 존 콜트레인을 세상에 널리 알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들
〈전위의 기수〉
의 반대편에는 이 레이블의 재정을 든든하게 보장해 주는 정통파 아티스트들 또한 포진해 있었다. MJQ, 레스 맥칸(피아노), 허비 맨(플루트)이 그 대표적 아티스트였다. 그러나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전위 재즈에 주력하게 된다.1988년 모두 15장의 기획 앨범
『애틀랜틱 재즈』
가 1988년 라이선스로 출반되면서 우리나라와는 깊은 인연을 맺게 된다. 그 앨범은 당시만 해도 아직 낯설었던 재즈 음악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블랙 세인트 Black Saint
솔 노트 Soul Note와 더불어 이탈리아 재즈를 이끄는 레이블.
주력 분야는 1980년대 뉴욕의 재즈로, 이 분야에서는 본고장 미국이 감히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이다. 이 레이블이 일반에게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되는 것은 1975년에 색소폰 주자 빌리 하퍼의 앨범
『흑인 성자 Black Saint』
를 출반하면서부터이다.이후, 이 레이블에서 진보적 재즈 음반들이 봇물처럼 나왔다. 월드 색소폰 쿼텟(WSQ), 데이비드 머레이 그룹, 올리버 레이크, 빌리 뱅, 돈 펄른 등의 앨범들이 그것이다.
블루 노트 Blue Note
독일에서 망명해 온 알프레드 라이언과 그의 동료들이 1939년에 설립했다. 그 대표적 인물들로는 그의 절친한 파트너 프란시스 볼프, 녹음 기술자 루디 반 겔더, 뮤지션 스카웃 담당이기도 했던 테너 색소폰 주자 아이크 퀘벡을 꼽을 수 있다.
피아니스트 셀로니어스 몽크가 이 레이블의 제1대 거물이었다. 이어, 피아니스트 호레이스 실버, 색소폰 주자 재키 매클린과 루 도널드슨 그리고 아트 블레이키의 재즈 메신저스 등이 뒤를 잇는다.
이 레이블은 1960년대 이후에도 선두 그룹의 자리를 계속 지키며, 앤드루 힐, 돈 체리, 세실 테일러 등의 전위파들을 일반에게 널리 소개했다.
캐피틀 Capitol
처음에는 재즈 장르에 별 비중을 두지 않았다가, 1949년에 마일스 데이비스 9중주단과 피아니스트 스탠 켄튼을
〈무조건 취입 뮤지션〉
으로 특별 영입하면서 재즈계의 주요 음반사로 부상하게 되었다.클레프 Clef
이 레이블은 예술성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다.
〈클레프〉
의 첫 취입 작품은 JATP(Jazz at the Philharmonic) 연주회 실황이다.이후 여러 유수한 색소폰 주자들(콜먼 호킨스, 찰리 파커, 일리노이스 자케, 플립 필립스 등), 트럼펫 주자들(로이 엘드리지, 벅 클레이튼, 디지 길레스피 등), 그리고 피아니스트 아트 테이텀, 보컬리스트 엘라 피츠제럴드 등 일급 아티스트들과의 관계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당대 제일의 재즈 평론가이자 프로듀서였던 노먼 그랜츠가 설립.
다이얼 Dial
1947년, 당시 절정에 달해 있던 찰리 파커를 영입하고 그를 중심으로 세션 대장정에 돌입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억될 가치가 충분하다. 참가했던 면면들은 마일스 데이비스, 디지 길레스피, 하워드 맥기 등의 트럼페터, 럭키 톰슨, 워들 그레이 등의 색소포니스트, 그리고 에롤 가너, 듀크 조던, 도도 마마로자 등의 피아니스트들이다.
뒷날 이 세션은 재즈사에서 하나의 전설 legendary session으로서 추앙받게 된다.
ECM(Editions of Contemporary Music)
만프레드 아이허 Manfred Eicher가 설립한 이 독일 레이블은 최고 수준의 녹음 기술로써 1970년대 유럽 재즈계를 석권했다. 초창기에는 신비적 명상적 분위기의 스칸디나비아 재즈와 깊은 관련을 맺었다. 그러나 곧 그 같은 경향을 탈피,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주자들에게 깊은 관심을 쏟게 된다.
그들 신세대 주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데렉 베일리 같은 극단적 실험주의자가 그 하나고, 칙 코리어, 케이스 자렛, 레스터 보위, 아트 앙상블 오브 시카고 같은 온건한 아티스트들이 또 다른 하나이다.
제넷 Gennet
한 음반 수집광이 만든 레이블. 1923년부터 젤리 롤 모턴, 뉴올리언스 리듬 킹스, 킹 올리버의 크레올 재즈 밴드 등 재즈 초창기 명인들의 연주를 세상에 널리 알렸다. 무엇보다 이 레이블은 진짜 재즈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모범 답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지대하다.
이제 오늘날에는 재즈사의 전설로 남아 있다. 그 복사본이 거래되는 데에만도 큰돈이 오갈 정도다.
임펄스 Impulse!!
임펄스는 ABC-파라마운트 ABC-Paramount 사 최고의 음반 프로듀서 밥 실의 창작품이다. 이 레이블은 오네트 콜먼과 존 콜트레인 같은 거물들의 경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임펄스의 진짜 공로는 딴 데에 있다.
1960년대에 나타난
〈프리 재즈 제2세대〉
들에게 출반의 기회를 부여한 것이 그것이다. 이 레이블 덕택에 부쩍 성장한 아티스트들로는 아치 셰프, 앨버트 아일러, 파라오 샌더스, 가토 바비에리, 로스웰 러드 등이 있다.잉커스 Incus
색소폰 주자 에번 파커가 운영하는 소규모의 레이블
〈잉커스〉
는 유럽의 프리 뮤직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전문 레이블이다. 단골 아티스트들은 데렉 베일리, 그리고 그룹으로는〈이스크라 1903 Iskra 1903〉
과〈집단 동인 Company Collective〉
이다.잉커스란 귀(耳)의 핵심 기관인 모루뼈, 즉 외부의 음파를 뇌로 전달하는 세 개의 정밀한 뼈를 총칭하는 이름이다. 이 레이블은 현장성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최고의 가치를 두고 있다. 라이브 음반 발매를 최우선으로 치는 전문 레이블.
오케 Okeh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재즈 이외의 음악을 더 많이 출반했으나, 오케이사는 20세기로 접어들어
〈인종 시장 race market〉
의 중요성에 대하여 빨리 눈떴다. 백인 음악만큼 흑인 음악에도 비중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이 레이블은 루이 암스트롱이 이끈 여러 그룹, 그리고 클래런스 윌리엄스와 빅스 바이더벡 등 재즈 초창기의 최상급 스타일리스트들의 연주를 담아두는 데 정성을 쏟았으나, 1930년대 중반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1940년에 캡 캘러웨이와 레스 브라운의 음반을 발매하면서 반짝 살아나는가 싶었으나, 오래 가지는 못했다.
파라마운트 Paramount
제 1차 세계 대전 도중 태어난 파라마운트라는 재즈 음반 레이블은 우연의 산물이다. 그것은 한 축음기 회사의 판촉 수단이었을 뿐이었다. 창립 후 몇 년 동안은 전자 기기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취입이 이루어졌던 관계로, 끔찍할 정도로 음질이 나쁠 때도 있다.
그러나 점차 좋은 아티스트들을 확보해 나갔다. 시카고 남부 지구에서 이름 날리던 마 레이니, 아이더 콕스 등의 가수와 로비 오스틴, 자니 다즈, 미드 럭스 루이스, 윌 에젤 등의 연주자들이 그들이다.
리버사이드 Riverside
폰타나 Fontana 사의 방계인 이 음반사는 두 재즈광들, 빌 그라우어와 오린 킵뉴스에 의해 설립되었다. 개성적 아티스트들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 레이블. 피아니스트 셀로니어스 몽크, 기타리스트 웨스 몽고메리, 색소포니스트 자니 그리핀 등이 그 대표이다.
뱅가드 Vanguard
뱅가드 창립의 최대 공신은 진보적 비평가이자 레코드 프로듀서였던 존 해먼드이다. 이 레이블이 다루고 있는 폭은 넓어, 스윙의 거장에서부터 1950년대의 모던 재즈 뮤지션들에까지 펼쳐져 있다. 빅 디킨슨, 벅 클레이튼, 루비 그래프 등 초 • 중기 뮤지션들의 음반이 대표작인데, 재즈 이외의 장르도 포용하고 있다. 그 대표적 예가 포크 뮤직의 거두 존 바에즈의 시리즈이다.